에딩거 바이스비어

(Erdinger Weibier) 마시기


마신 날, 2020년 3월 16일

구입 장소, 집에서 가장 가까운 CU 편의점

구입 계기, 여행 가고 싶어서

어디서 왔는가, 독일

맥주 종류, 밀맥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세가지. 로큰롤 음악, 여행, 그리고 맥주. 나를 오래 본 친구들은 말한다. 그 세가지는 한번들이라고. 어쩌면 나는 저것들을 전부 따로 좋아하는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얼기설기 엮여 있는 그 상태를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집에서 혼맥을 하는 것은 그저 맥주가 좋아서 그런 것일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큰 영역, 그것은 바로 내가 여행에서 즐겼던 맥주를 떠올리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이 날의 에딩거가 그렇다. 내가 처음 맥주 여행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던 2013년의 독일 여행. 거기서 맛을 들여 왔었던 독일의 바이스비어. 에딩거도 예외는 없었다. 스위스에서 먹었던 라끌렛이 떠오른다. 저 독일 여행은 독일과 스위스가 묶여 있는 여행이었고, 스위스를 동부만 여행했기 때문에 독일어권이었다.

 

 

마지막 날 취리히에서 라끌렛을 먹으며 시켰던 에딩거. 500짜리 병을 가져와 전용잔에 딱 알맞게 따르는 것이 기술인데, 서버들은 그 기술이 거의 만렙이었다. 맥주를 따라주는 모습을 보는 재미. 나의 반짝거리는 눈을 보며 뿌듯하게 웃어보이는 서버의 표정. 내가 당시에 느꼈던 여행의 기분.

 

나는 캔맥주도 캔에다 입대고 마시는 걸 매우 싫어한다. 입에서 쇠맛 난다. 전용잔은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지만, 얼추 비끄무리 한 것에 따라 마시면 되지. 밀맥주는 입구가 크고 밑에가 가는 모양의 예쁜 곡선을 가지고 있는 것이 표준 모양이다. 우리 집에는 500잔이 있다. 에딩거의 전용잔, 가지고 있다.

 

짠.

몇년 전 전용잔 행사로 득템했던 것. 사실 이사오기 전에 어디다가 짱박아 놨었나 보다.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있었음. 사실 이 맥줏잔은 크기가 커가지고 주방 찬장에 넣기에는 크기가 좀 있긴 해서. 그건 현재 집도 마찬가지이지만 어쨌든 잔이 있으니, 겸사겸사 편의점에서 에딩거 사왔다. 간만에 즐기는 정통 독일의 밀맥주다. 약간의 바나나 맛과 바닐라 향이 풍기는 부드러운 맛의.

 

맥린이 시절엔 이런 맛의 맥주를 참 좋아했었다. 그때는 홍대에 호프브로이 전문 맥줏집도 있었고, 독일식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펍들도 많았다. 수제맥주 시장이 활성화되며 독일 맥주는 많이 밀려난 느낌을 지울 수가 없긴 하지만, 여전히 캔맥주와 병맥주로는 선전중이다. 저번에 이마트에서 보니 바이엔슈테판 럭키 박스 행사도 하던데. 

 

아무튼 이런 밀맥주 전용잔은 설거지 하기가 영 귀찮아서 많이 처분했지만, 그래도 이 잔 하나 정도는 남겨둬야겠다. 아, 집이 좀 넓어지니까 맥주 전용잔 수집 욕구가 또 막 뿜어져 올라온다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