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딩 만화책장으로 CD정리

락덕후의 아주 오래된 숙원사업


 

정말정말 오래 소망하던 꿈을 이뤘다.

일찍 퇴근해서 완성되어 도착한 씨디장 보는데 정말 감격스러웠다.

나의 그 오래 소망하던 꿈, 그건 바로 이 슬라이딩 CD장을 갖는 거였다.

 

나는 락덕후 23년차다.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는데 이제 30줄 중반. 약 800여장의 음반을 소장하고 있다. 어렸을 때 용돈 모아 사고, 성인이 된 후에는 알바 해서 사고, 직업을 갖기 시작한 후에 또 사면서 야금 야금 모았다. 해외 여행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해외 나가서도 샀다. 현재는 예전만큼 새로운 음악을 많이 듣지는 않고 있어서 음반을 사는 횟수가 조금은 뜸해졌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음악을 좋아한다. 예전부터 좋아하던 걸 더 오래 좋아하게 되는 쪽으로 바뀌고 있긴 해도 말이지.

 

처음 자취를 시작했을 때는 원룸이었다. 정말 둘 곳이 없어서 이고 지고 살았지. 하지만 부모님 댁에 두고 나오면 백퍼 엄마가 버릴 것 같았음. 그래서 이렇게도 보관해보고 저렇게도 보관해보고 하면서 살았더랬다. 그나마 정착했던 게 소프시스에서 나온 확장형 공간박스였는데, 처음 내가 구매할 때에는 CD장이나 DVD장을 만들 수 있도록 안에 칸막이까지 제공해주는 옵션이 있어서였다. 나중에는 그것마저 생산이 중단되어 못 쓰게 됐지만.

아무튼 세월이 흘러 나도 돈을 모으고, 집을 키워 나가면서 이제 투룸에 오게 됐다. 침실에 침대를 놓고도 책상을 또 놓을 수 있는 공간을 가지게 된 거다. 물론 거실은 또 따로 있고. 그래서 드디어. 아주아주 오래 소망하던 슬라이딩 CD장! 나도 가질 수 있게 됐다. 구매는 '구트하우스' 라는 블로그를 통해 주문제작 맡겼다. 주문하고 3주 정도 기다려서 드디어 받음.

 

가구가 도착하기 전 침대 밑에 짱박아뒀던 음반들. 저 바구니 계절 지난 옷 보관하는 바구니인데 거기에 다 씨디 담아놨더니 정작 옷을 보관할 데가 없어서 종이박스에 대충 넣어놓고 살았더랬다. ㅋㅋ 아, 이제 드디어 다 정리할 수 있겠구만. 다 섞여있는데, 찾아서 차곡차곡 정리해야지.

 

일단 한박스, 샘플로 꺼내본다. 가장 눈에 띄는 레드핫칠리페퍼스의 스타디움 아카디움 앨범. 이번에 이사 오면서 오디오를 구매했고, 씨디장이랑 같이 책상이 배달되어 책상 위에 오디오도 올려놓았다. 정리 하면서 음악을 들어야겠다. 첫번째 픽은 레드핫이다. 작년에 오사카 락페 가서 참, 너무 멋진 공연 잘 보고 왔음.

 

일단 바구니 하나에서 얼추 순서를 맞춰 정리해 본다. 이게 기준이 됨. 일단 외국반/국내반을 나눠서 정리할 것이기 때문에 외제(?)만 꺼내서 A-B-C-D 순으로 맞춰본다.

 

벌써 힘들다. 앞길이 까마득함. 맥주 한잔 마시면서 //ㅅ // 해야지.

 

척척척척 쌓여간다.

 

침대 밑에서 나오는 바구니들도 많아지고 있다.

아, 정신사나워.

 

정리하면서 눈에 띄는 음반들을 하나씩 틀어놓고 들으면서 일하는 중.

 

야, 언제쩍 하드파이냐!! 들어보자!! 하고 간만에 꺼냈는데, 읭?

알맹이가 없다.

헐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도 어렸을 때 씨디로 음악 듣던 시절 친구들이랑 돌려서 많이 들었었는데 그때 친구가 가져가서 안준 것일 게다. 쩝. 다시 사야겠네. 저 음반 좋은데.

 

에어로스미스.

참, 어렸을 때 좋아했는데 오랜만에 듣는다.

 

일단 앞쪽 칸에다가 순서대로 죄다 정리했다. 외국반 먼자. 그러고 나니 정렬 방식에 대해서 한번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뒤쪽을 기준으로 왼쪽은 외국반, 오른쪽은 국내반, 그리고 앞쪽은 나의 베스트 밴드 컬렉션으로 채워야겠다고 결심했음. 일단 정리를 다 한다음에 베스트 컬렉션 뽑아서 앞으로 땡기면 될듯.

 

마지막 들은 음반이 바로 이 AS I LAY DYING. 나는 원래 메탈 좋아함.

 

하다보면 요령 생긴다. 이건 국내반 정리 중.

 

DVD나 DVD형 음반들까지 정리하고 나니

 

 

얼추 완성이 되었다. 규격 안지켜서 음반 내는 거 넘 시러 ㅠㅠ

 

위가 빈다.

이 슬라이딩장을 갖기에 음반이 아주 많은 것은 아닌듯 하다. 아마 전체 다 씨디로만 채웠다면 1200장 정도 들어갔을 것 같은데, 앞으로 그렇게 음반을 많이 살 것 같진 않다. 사람이 나이 들면 새로운 음악을 접하기보다는 어렸을 때 좋아하던 음악이랑 평생 간다는 얘길 들었음. 그리고 내가 현재 그러고 있음;; 아마 사더라도 내가 전부터 좋아하던 밴드의 명반 같은 거 사려고 들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위에는 만화책 채워넣음. 현재 원피스를 모으고 있는데, 저기 다 채우기 전에는 제발 완결이 났으면 좋겠다. 뒤쪽에도 공간이 더 있으니 한 200권까지는 커버할 수 있을 것 같은뎈ㅋㅋㅋ

 

책상 아래에도 만화책장이 하나 들어가있긴 하다. 그렇게 공간이 많이 생기고 나니.... 아, 슬램덩크랑 GTO도 사고 싶구나. 아, 진짜 뿌듯하다. 너무 좋다. 정리하면서 콧물이 줄줄 나오는 것을 보니 씨디 케이스에 먼지가 많이 붙어 있는 모양이다. 날 잡아서 한번 다 닦아줘야지. 아, 이름 순으로 정리하는데 5시간 넘게 걸렸다 ㅠㅠ